요올로롸이푸 님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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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5. 18.

    by. 요올로롸이푸

    목차

      건축

      서론 – “건축은 땅과 사람을 닮는다: 지역성이 만들어낸 공간의 철학”

      건축은 단순한 조형물이나 실내외 공간 구성이 아니다. 그것은 기후, 지리, 재료, 문화, 생활방식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탄생하는 총체적 결과물이다. 같은 시대, 비슷한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어디에, 어떤 사람을 위해 지어졌는지에 따라 건축의 형태와 구조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런 의미에서 ‘지역성(Locality)’은 지속가능하고 진정성 있는 건축을 위한 핵심 개념으로 떠오르고 있다. 본 글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기후와 문화적 배경을 고려해 설계된 지역 기반 건축 사례들을 살펴보며, 건축이 환경과 공동체에 어떻게 조응할 수 있는지를 분석해본다.


      1. 뜨거운 사막, 시원한 공간: 중동의 바람탑 건축

      1-1. 이란과 UAE의 ‘바드기르(Badgir)’

      페르시아 건축의 대표적 기후응답형 요소인 **‘바드기르’(바람탑)**는 중동 지역의 고온건조한 기후에 대응하는 전통적인 냉방 방식이다. 이 구조물은 건물 상단에 설치된 수직 통풍탑으로, 바람을 실내로 유도하고 내부의 더운 공기를 위로 배출한다.

      • 수동적 냉방 기술로 에너지 제로 소비
      • 돔형 천장, 두꺼운 흙벽과 조합되어 냉기 유지 대표 도시로는 이란의 야즈드(Yazd)가 있으며, 이곳은 전통 바드기르 도시계획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1-2. 현대 응용 사례: 마스다르 시티(Masdar City)

      아랍에미리트의 마스다르 시티는 전통 바드기르 개념을 현대 건축에 적용한 친환경 도시로 설계되었다. 풍력 채널, 그늘형 파사드, 입면 미세 조절 시스템은 지역 전통을 바탕으로 고도화된 기술과 접목되어 있다. 이는 ‘전통을 계승한 미래 도시’의 사례로 주목받는다.


      2. 강우와 계절이 지배하는 땅: 일본 전통 목조건축

      2-1. 고온다습한 여름, 눈이 많은 겨울

      일본의 기후는 지역별로 큰 차이가 있으나, 전반적으로 여름에는 고온다습하고, 겨울에는 일부 지역에서 폭설이 자주 내린다. 이에 대응한 전통 목조건축은 가변적 공간 구성과 자연환기 구조가 특징이다.

      • **쇼지(종이창), 후스마(미닫이문)**으로 공간 확장 가능
      • 지붕은 경사도가 크고 처마가 깊어 비와 눈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냄
      • 타타미 바닥재는 습기 흡수 및 단열에 효과적

      2-2. ‘기후+문화’ 융합의 완성체, 료칸

      료칸은 일본 전통 건축에서 기후 적응성과 일본적 정서가 조화를 이룬 사례다. 작은 정원, 나무 냄새, 미니멀한 공간은 자연과 정신의 연결을 상징하며, 현대에도 여전히 관광산업의 핵심으로 기능하고 있다.


      3. 혹한의 지혜, 따뜻한 구조: 북극권의 이글루

      3-1. 얼음으로 만든 생존 건축

      북극권 에스키모(이누이트)들이 만든 **이글루(igloo)**는 얼음 블록을 나선형으로 쌓아 만든 돔형 구조물로, 외부 기온이 영하 수십 도인 상황에서도 내부 온도를 체온으로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는 구조다.

      • 입구는 낮고 길게 설계되어 찬 공기의 유입 차단
      • 돔형은 눈의 압력을 견디기에 최적화된 형태
      • 내부는 조리, 수면, 도구보관 등을 위한 기능적 구획으로 설계됨

      3-2. 현대 건축과의 연관성

      이글루는 오늘날 극지방 연구소, 비상재해용 임시 구조물, 생태건축 모델로 재조명되고 있으며, 단열성능과 구조의 합리성은 북유럽과 알프스 지역의 스노우 로지(Snow Lodge) 설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4. 고원과 고풍이 살아있는 공간: 페루의 안데스 건축

      4-1. 마추픽추와 테라스 농경의 도시 설계

      안데스 산맥의 고산 지대에 위치한 **잉카 제국의 수도 마추픽추(Machu Picchu)**는 경사진 지형, 일교차가 큰 고원 기후에 대응해 건축된 대표적 지역 건축 유산이다.

      • 돌을 쐐기처럼 맞물리게 쌓아 지진에도 견디는 구조
      • 계단식 테라스는 농업 기능 외에도 배수·지반 안정성 확보
      • 태양과 별의 움직임을 고려한 배치(천문기반 설계)

      4-2. 현대 응용: 페루 고산지역 로컬 하우징 프로젝트

      현지 NGO 및 건축가들은 마추픽추의 구조적 지혜를 현대 저소득층 주택 설계에 접목하고 있다. 흙벽돌과 현지 돌자재를 이용하면서, 태양광, 빗물 저장 시스템을 추가한 지속가능 모델이 확산 중이다.


      5. 기후대별 건축 전략 비교 (사막 vs 극지 vs 열대 vs 온대)

      기후대별로 건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면 지역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 사막 기후: 높은 일교차, 강한 햇빛에 대응하기 위해 두꺼운 벽체, 작은 창문, 흙 또는 벽돌 사용. 예: 중동의 바드기르, 모로코 리야드(Riad)
      • 극지 기후: 낮은 기온과 폭설에 대응해 단열 성능을 극대화한 구조, 반구형 지붕, 작은 개구부 설계. 예: 이글루, 북유럽 전통 목조주택
      • 열대 기후: 강한 일사와 고온다습함에 대응해 고상식 구조, 넓은 처마, 천장 환기 구멍, 개방형 설계 적용. 예: 동남아 전통가옥, 아프리카 토파리아
      • 온대 기후: 사계절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가변 공간, 재료 혼합, 벽체 단열, 채광 고려 설계. 예: 한국의 한옥, 일본 료칸

      이처럼 기후대별 전략은 각 지역의 생존 조건과 문화적 선호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며, 현대 친환경 건축 설계에서도 여전히 주요 참고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결론 – “지역을 읽는 건축이야말로 진짜 지속가능한 건축이다”

      세계의 전통 건축과 지역 기반 사례는 단순한 형식의 차이를 넘어, 환경에 적응하고 공동체와 조화를 이루는 건축의 근본 정신을 보여준다. 바드기르에서 료칸까지, 이글루에서 마추픽추까지—이들은 모두 기후, 문화, 재료, 기술이 하나로 통합된 종합 설계의 결과물이다.

      지속가능한 건축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새로운 기술보다 먼저, 지역성을 존중하고, 환경을 해석하며, 공동체를 이해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기후위기 시대를 이겨내는 건축의 출발점이며, 진정한 미래 건축의 방향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