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올로롸이푸 님의 블로그

건축에 관련된 모든 지식을 나누기 위한 블로그입니다

  • 2025. 4. 8.

    by. 요올로롸이푸

    목차

      건축

       

      1. 건축은 공간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1-1. 건축의 본질은 ‘공간’

      건축이란 단순히 벽을 세우고 지붕을 얹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공간’을 어떻게 정의하고 조형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의 연속입니다. 우리가 머무는 집, 일하는 사무실, 걷는 복도, 머무는 광장—all 공간이 건축의 결과입니다.
      공간은 형태와 기능, 재료와 구조, 빛과 그림자의 관계를 통해 만들어지며, 그 속에 사람의 감정과 행위, 기억이 자연스럽게 담기게 됩니다.

      1-2. 이번 글에서 다룰 주제

      이번 글에서는 건축에서 말하는 ‘공간’의 개념과 의미를 다시금 되짚고, 좋은 공간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구성하는 구체적인 설계 요소들—평면 구성, 동선 계획, 시선 처리, 개방감과 밀도, 스케일감 등을 건축학적 관점에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2. 건축에서 말하는 공간의 정의

      2-1. 공간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것

      건축에서 공간은 단순한 ‘비어 있는 곳’이 아닙니다. 오히려 건축 요소에 의해 규정된 감각적, 기능적 영역을 의미합니다. 벽, 천장, 기둥, 바닥 같은 물리적 요소들이 구성되어 사람의 행동을 유도하거나 제한하며, 감정적 경험을 만들어내는 무형의 틀입니다.

      2-2. 공간의 성격을 결정하는 요소

      공간은 그 형태(geometry), 비례(scale), 재료(material), 조명(light), 소리(acoustics), **색채(color)**에 따라 전혀 다른 감각을 유도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면적의 공간이라도 천장이 높으면 개방감을, 낮으면 아늑함을 주며,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의 방향이나 강도에 따라 공간의 분위기는 극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3. 좋은 공간이 되기 위한 기본 조건

      3-1. 기능성과 감성의 균형

      좋은 공간은 기능적으로 유용해야 하고, 동시에 감성적으로도 쾌적해야 합니다. 주방은 효율적인 동선이 중요하고, 거실은 가족의 소통을 도와야 하며, 침실은 휴식을 보장해야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기능만 맞춘다고 좋은 공간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빛의 유입, 재료의 질감, 시선이 열리는 방향 등 감각적 요소들이 함께 고려되어야 진정한 ‘좋은 공간’이 완성됩니다.

      3-2. 공간의 유연성과 확장성

      현대 사회에서는 공간이 하나의 기능에만 고정되기보다는 다양한 용도에 따라 유연하게 전환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도시 주거에서는 가변형 가벽, 슬라이딩 도어, 오픈 플랜 구조 등이 그 유연성을 확보해주는 중요한 장치가 됩니다.


      4. 좋은 공간을 만드는 건축학적 설계 요소

      4-1. 평면 구성 – 공간은 나눌수록 좁아지고, 연결하면 넓어진다

      공간을 어떻게 나누고, 연결하느냐는 평면 구성에서 시작됩니다.

      • 개방형 구조(Open Plan): 벽을 최소화하고 시각적 연결감을 유지하면 작은 면적도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줍니다.
      • 중심 공간과 보조 공간의 구분: 기능별로 공간을 분류하되, 흐름이 단절되지 않도록 중심과 주변의 관계를 설정해야 합니다.
      • Zoning(존 구분): 공적 공간(거실, 주방)과 사적 공간(침실, 욕실)을 적절히 구획하여 프라이버시와 개방성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4-2. 동선 계획 – 공간은 ‘이동의 흐름’으로 완성된다

      건축 공간은 ‘머무는 곳’이면서 동시에 ‘움직이는 길’입니다. 좋은 동선은 불필요한 겹침이나 반복을 줄이고, 자연스럽게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흐름을 만듭니다.

      • 주방과 식당, 세탁실의 연계처럼 기능적 동선이 잘 짜이면 생활의 편의성이 극대화됩니다.
      • 출입구에서 각 방으로 이동하는 **주동선(Main circulation)**은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 **크로스 동선(교차 동선)**은 피하는 것이 좋으며, 동선 간섭을 줄이면 공간 효율이 크게 향상됩니다.

      4-3. 시선 처리 –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가릴 것인가

      시선은 공간 경험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설계 요소입니다.

      • 시선을 열어주는 창의 배치는 외부 풍경을 끌어들이고 심리적 개방감을 제공합니다.
      • 반대로, 침실이나 욕실처럼 사적 공간은 차폐와 은폐의 시선 설계가 중요합니다.
      • 벽면의 창 위치, 포인트 월, 수직 요소(계단, 벽기둥 등) 등을 활용해 시선의 흐름을 유도할 수 있으며,
      • 빛과 그림자를 활용한 공간 강조도 효과적인 시선 처리가 됩니다.

      4-4. 스케일감 – 공간의 크기는 수치보다 감각이 중요하다

      같은 크기의 방이라도 천장 높이, 창의 크기, 벽과 천장의 비례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 예를 들어, 천장이 높은 거실은 시원하고 웅장한 느낌,
      • 천장이 낮은 서재는 아늑하고 집중되는 느낌을 줍니다.
        스케일의 조절은 사람의 심리적 안정감이나 긴장감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공간의 목적에 따라 스케일을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5. 공간의 감성을 만드는 부가 요소

      5-1. 빛 –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다

      빛은 단순히 밝고 어두운 정도를 넘어 공간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 아침 햇살이 들어오는 동향,
      • 오후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남향,
      • 은은한 간접 조명이 주는 안정감—all 이것들이 공간을 감성적으로 변화시킵니다.
        자연광과 인공조명의 조화를 고려한 조도 계획은 좋은 공간을 만드는 또 하나의 설계 기술입니다.

      5-2. 재료 – 공간의 온도와 질감을 정한다

      같은 평면과 조명이더라도 어떤 재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공간의 인상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 목재는 따뜻함과 안정감을,
      • 콘크리트는 차가움과 현대적 느낌을,
      • 유리는 투명성과 개방감을 줍니다.
        재료의 질감, 색상, 촉감은 시각뿐 아니라 촉각적 경험까지 고려한 설계 요소입니다.

      6. 좋은 공간은 사용자와 호흡하는 공간

      공간은 그 안에 사는 사람의 생활과 감정, 기억이 고스란히 담기는 그릇입니다.
      좋은 공간은 단순히 기능적으로 뛰어난 것이 아니라, 사람을 배려하고 감각적으로 소통하며, 때로는 영감을 주는 공간입니다.
      건축가는 단순히 건물을 짓는 사람이 아니라, 공간의 경험을 디자인하는 사람입니다.

      공간은 곧 삶입니다.
      우리가 머무는 곳, 걷는 길, 바라보는 창—all 그것이 곧 우리의 일상이자 삶의 품질입니다. 좋은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결국 좋은 삶을 만든다는 것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