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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5. 11.

    by. 요올로롸이푸

    목차

      건축

      서론 – “거칠고 투박한 아름다움: 왜 브루탈리즘 건축이 다시 주목받는가?”

      회색 콘크리트와 육중한 형태, 장식 없는 단호한 입면으로 구성된 건축물이 한때 도시의 상징처럼 군림하던 시대가 있었다. 바로 브루탈리즘(Brutalism) 건축의 전성기였다. 과거에는 위압적이고 냉혹하다는 비판을 받으며 철거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오늘날 젊은 세대와 건축가들 사이에서 브루탈리즘은 ‘투박한 진정성’과 ‘조형의 극단’을 상징하는 문화 코드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이 글에서는 브루탈리즘 건축의 기원과 철학, 역사적 흐름을 살펴보고, 왜 지금 이 시점에 다시 재조명되고 있는지를 분석해본다.


      1. 브루탈리즘 건축의 탄생과 개념적 배경

      1-1. 브루탈리즘의 어원과 의미
      ‘브루탈리즘(Brutalism)’이라는 용어는 프랑스어 ‘béton brut(노출 콘크리트)’에서 유래되었다. 이는 르 코르뷔지에가 주거 복합체인 유니테 다비타시옹(Unité d'Habitation)에서 처음 사용한 개념으로, 콘크리트를 가공 없이 그대로 노출해 구조의 진실성을 강조한 디자인 철학이었다. 이 개념이 발전해 기능적 구조를 드러내고, 재료의 본질을 숨기지 않는 건축 양식으로 확장되었다.

      1-2.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도시 재건
      브루탈리즘은 1950~1970년대, 유럽을 중심으로 전후 복구와 대량 주택 공급이 필요한 시대에 유용한 건축 양식으로 떠올랐다. 경제적으로 효율적이면서도 대담한 건축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이었고, 정부기관, 학교, 주택단지, 시청 건물 등 공공시설에 폭넓게 적용되었다.

      1-3. 모더니즘과의 단절
      모더니즘이 “기능미”를 강조하며 절제된 세련됨을 추구했다면, 브루탈리즘은 더욱 무겁고 육중하며 감정적인 표현에 집중했다. 이는 미적 기교보다는 건축 그 자체의 구조와 재료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감각을 중시한 사조로, 당시 건축계의 새로운 조형 실험이었다.


      2. 브루탈리즘의 건축적 특징과 철학

      2-1. 노출 콘크리트의 극대화
      브루탈리즘의 핵심은 마감하지 않은 콘크리트다. 콘크리트는 철판, 나무 거푸집 등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으며, 표면의 거칠고 불규칙한 질감은 의도된 미학으로 간주된다. 장식을 없애고 재료 그 자체의 물성과 무게감을 전면에 드러내는 방식이 특징이다.

      2-2. 조형의 중량감과 권위성
      브루탈리즘 건축은 대개 각진 형태, 수직과 수평이 뚜렷한 구성, 폐쇄적인 입면을 가진다. 이는 시각적으로 강한 인상을 주며, 종종 건축물의 기능적 권위를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사용되었다. 예를 들어 정부청사나 법원, 대학 캠퍼스 등에 자주 사용되었다.

      2-3. 내부 구조와 기능의 노출
      건축의 골격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투명한 접근 방식도 중요한 특징이다. 환기구, 배관, 계단, 교차 보 등의 구조물들이 의도적으로 외부에 노출되며, 이는 건축을 시각적 기계로 해석하는 방식으로 연결된다. 건물의 기능이 곧 조형 언어가 되는 셈이다.


      3. 대표적인 브루탈리즘 건축물들

      3-1. 유니테 다비타시옹 – 르 코르뷔지에 (프랑스 마르세유, 1952)
      브루탈리즘의 원형이라 불리는 이 건물은 대규모 공공 주거 단지로, 모듈화된 유닛, 옥상 커뮤니티 공간, 내장 가구 등이 조화롭게 설계되어 있다. 단순한 아파트가 아니라 작은 도시 개념을 담은 혁신적 실험이었다.

      3-2. 바르비칸 센터 – 체임벌린, 포웰 & 본 (런던, 1982)
      예술회관, 주거단지, 도서관, 연못 등이 집합된 복합문화단지로, 콘크리트로 형성된 입면과 연결통로, 육중한 볼륨감이 도시 속 섬처럼 기능한다. 런던 시민에게는 현대의 고전으로 불리는 상징적 공간이다.

      3-3. 보스턴 시청사 – 커벨 & 노왁 (미국, 1968)
      강한 권위와 중량감을 가진 이 건물은 브루탈리즘의 전형을 보여준다. 계단식 구성과 콘크리트의 덩어리감은 기능적 분리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오랜 시간 시민들 사이에서 논란과 찬사를 동시에 받아왔다.

      3-4. 서울교육대학교 구관 – 한국의 사례
      한국에도 1970~80년대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브루탈리즘의 영향이 확산되었다. 특히 콘크리트로 구성된 대강당이나 구관 건물은 당시의 기능성과 경제성을 반영한 결과물로, 최근 건축학도와 사진가들 사이에서 다시 조명받고 있다.


      4. 브루탈리즘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

      4-1. 미니멀리즘과 감성적 반동
      최근 몇 년 사이 미니멀리즘이 일상화되면서, 오히려 사람들은 그 안에서 원초적이고 감성적인 디자인을 찾고 있다. 브루탈리즘은 차가운 콘크리트 속에 날 것의 정직함과 감정적 깊이를 담고 있어, 미디어 세대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4-2. 인스타그래머블한 건축
      기하학적이고 선명한 구조, 극적인 명암, 날카로운 음영은 사진과 영상 매체에서 시각적 임팩트를 제공한다. SNS와 유튜브, 영화 촬영지로서도 자주 활용되며, ‘무드 있는 공간’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4-3. 시대를 거스르는 지속성
      브루탈리즘 건물은 구조적으로 매우 견고하며, 마감 없이도 유지가 용이해 친환경성 및 내구성 측면에서도 재조명되고 있다. 철거 대상이 아닌 보존 가치 있는 근대 유산으로의 평가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4-4. 반(反) 상업주의 상징
      브루탈리즘은 자본주의 소비문화의 포장을 벗겨낸 비타협적 조형언어로 읽히며, 오늘날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진짜’와 ‘낡음의 미학’을 찾는 문화 코드와 연결되고 있다. 이는 브랜드 마케팅에서도 '레트로 브루탈'이라는 스타일로 변주되어 사용된다.


      결론 – “브루탈리즘, 진심이 담긴 콘크리트의 언어”

      브루탈리즘은 탄생 당시 많은 이들에게 거칠고 불편하게 다가왔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거침과 무게감, 감정의 진실성이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장식 없는 건축, 기능을 감추지 않는 구조, 재료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은 오늘날 디지털화된 사회에서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극하는 미학적 기호로 작용한다.

      이제 브루탈리즘은 단지 과거의 건축 사조가 아니라, 시대를 관통하는 철학적 메시지를 가진 하나의 언어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것은 단지 콘크리트 덩어리가 아니라, 공간을 통해 인간과 도시의 진실을 말하고자 한 건축가들의 목소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