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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혼자 사는 집’이 건축을 바꾸고 있다
1-1. 1인 가구, 이제는 ‘비정상’이 아니다
과거에는 1인 가구가 일시적이고 비정상적인 생활 형태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다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은 약 33%, 즉 3가구 중 1가구가 1인 가구인 시대다. 이는 단순히 인구 구조 변화가 아닌, 건축과 도시계획 전체를 바꾸는 라이프스타일의 전환을 의미한다.1-2. 주거 방식의 다변화는 ‘소형 주택 설계’로 나타난다
혼자 사는 사람은 다세대 주택 한 칸에만 살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이미 깨졌다.
1인 가구는 자신만의 공간을 적극적으로 디자인하려는 욕구를 갖고 있으며, 건축가와 설계자들은 이에 발맞춰 작지만 효율적이고 감성적인 주택 설계 트렌드를 제안하고 있다.이번 글에서는 1인 가구를 위한 소형 주택의 최신 설계 트렌드를 분석하고, 그 안에 담긴 건축 철학, 공간 전략, 기술 요소, 사례까지 소개한다.
2. 1인 가구의 삶이 요구하는 주택의 변화
2-1. 삶의 중심이 ‘외부’에서 ‘내부’로
과거에는 집이 단지 잠만 자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최근 1인 가구는 혼자 있는 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장소로서 ‘집’을 재정의하고 있다.
- 업무와 여가의 경계가 모호해진 시대, 홈오피스가 가능한 공간 구성 필요
- 혼밥, 혼술, 혼영 등 비대면 활동에 최적화된 가구 배치와 공간 분할이 트렌드
- 반려동물과 함께 거주하는 가구가 늘면서 펫프렌들리 설계도 주목받는 요소
2-2. 실용성과 감성의 균형
1인 가구의 공간은 ‘좁지만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단순히 면적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개방감과 기능성의 밸런스가 중요하다.- 시선의 흐름, 채광, 가구의 높이 조절 등을 통해 공간을 넓게 체감하게 해야 함
- 실내에 작은 중정, 베란다, 루프탑 등 ‘나만의 외부 공간’ 확보도 선호되는 트렌드
3. 최신 소형 주택 설계 트렌드 5가지
3-1. 오픈 플랜 구조와 가변형 공간
소형 주택에서 벽은 최소화하고, 유연성은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전통적인 폐쇄형 공간 구성이 아닌, 거실·주방·작업실·침실 등 여러 기능을 하나의 공간 안에서 유동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벽 대신 가구가 공간을 나눈다: 가변형 수납장, 슬라이딩 도어, 커튼, 폴딩월 등을 활용해 필요에 따라 공간을 분리하거나 개방 가능
- 공간 재정의 가능: 아침엔 거실, 점심엔 홈오피스, 밤엔 침실이 되는 멀티 공간 설계
- **복층 구조 또는 반층 구조(스킵플로어)**를 통해 시각적으로는 분리되면서도 동선은 유기적인 구조 구성
✅ 실제 적용 팁
- 천장고가 높은 경우, 로프트 구조 활용으로 침실을 상부에 배치하고 하부 공간은 서재, 드레스룸 등으로 구성
- 이동형 가구(바퀴 달린 수납장 등)를 통해 생활 패턴 변화에 맞춰 공간 조정 가능
✅ 사례
- 서울 망원동 협소주택: 1층은 주방+거실 오픈 플랜, 2층은 슬라이딩 도어로 침실과 서재 구분
- 일본 교토의 ‘가변형 협소하우스’: 전면 유리 도어 + 커튼으로 외부와 내부, 내부의 각 구역을 자유롭게 분할
3-2. 수납과 가구의 일체화
소형 주택에서는 "물건이 보이지 않게 감추는 것"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수납이 되는 설계가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 가구와 건축 요소의 일체화, 즉 ‘Built-in 설계’입니다.- 수납형 계단: 복층 구조의 계단을 활용한 서랍, 수납박스 설계
- 침대 하부+벽면 수납장: 30~40cm 정도 높인 침대 하부 공간에 계절 옷·이불 등 수납 가능
- 천장고를 활용한 수직 수납: 장식장, 캐비닛을 천장까지 수직으로 설계해 공간 활용도 ↑
- 멀티 가구 활용: 접이식 식탁, 책상 겸 거울, 벽걸이 TV 스탠드 등 다기능 가구 선택
✅ 디자인 팁
- 가구의 색상을 벽면과 유사하게 설계하면 시각적으로 넓어 보이는 효과
- 수납 공간에 간접 조명을 배치하면 시각적 깊이감이 생김
✅ 사례
- 네덜란드의 마이크로 하우스 프로젝트: 침대, 주방, 책상, 욕실이 모두 하나의 박스에 수납된 구조
- 경기도 고양시 13평 단독주택: 계단 하부에 세탁기, 장식장, 고양이 화장실까지 일체화된 수납 설계
3-3. 채광과 환기 설계의 최적화
소형 주택일수록 자연광과 환기 설계가 실내 체감 면적과 주거 쾌적성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작은 공간에서 채광이 부족하면 답답함과 습기가 쉽게 발생하며, 이는 곧 생활의 질 저하로 연결됩니다.- 천창(Skylight) 활용: 북향이나 동향 주택에서도 천창을 통해 자연광 확보 가능
- 코너창, 수직 슬릿창 설계: 채광은 유지하면서 사생활 보호 가능
- 창문 + 환기창 이중 시스템: 겨울철 결로 방지와 환기 효율 확보
- 중정(Patio) 또는 미니 데크 설계로 내부 깊숙한 곳까지 자연광 유입
✅ 에너지 설계 팁
- 창호는 **로이유리(Low-E)**를 적용해 단열과 채광의 균형 확보
- 창의 위치와 가구 배치를 함께 고려하여 햇빛이 직접 머무는 ‘활용 공간’을 설정
✅ 실제 사례
- 제주 한림 협소주택: 남쪽 천창과 중정으로 10평 규모임에도 전 공간이 환하고 습기 없음
- 부산 수영구의 단층 주택: 북향이지만 가로로 긴 천창 2개 + 주방 전면창으로 채광 극대화
3-4. 주방과 욕실의 미니멀 설계
소형 주택에서 주방과 욕실은 공간의 최소화와 기능의 최적화가 핵심입니다.
특히 1인 가구는 전체 생활 면적에서 불필요하게 넓은 물 사용 공간을 줄이는 대신, 생활 공간을 넓히는 구조 설계가 일반적입니다.- 일자형 주방 설계: 가로폭 1.5~2m 이내로 조리대, 싱크볼, 전기레인지 통합 배치
- 업무·식사 겸용 다기능 테이블을 붙여 사용
- 욕실은 ‘젖은 구역’과 ‘마른 구역’을 슬림하게 분리하여 물 튐 방지 + 유지 관리 수월
- 선반과 벽걸이형 수납장으로 수직 공간 활용
✅ 시공 팁
- 욕실은 바닥 경사 확보, 방수층 높이 1.2m 이상 설계로 결로 방지
- 주방은 배기창 + 후드 + 습기 센서 연동 환풍기 설치로 쾌적성 유지
✅ 사례
- 서울 성북구 협소주택: 8평 주택에서 주방은 한쪽 벽으로 몰아 설계, 욕실은 투명 파티션을 활용해 시각적 개방 확보
3-5. 친환경 소재와 감성 인테리어
공간이 작아질수록 자재의 질감과 마감 재료의 분위기가 공간 체감에 더 큰 영향을 줍니다.
1인 가구는 공간을 ‘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해, 최근에는 미니멀하면서도 감성적인 인테리어 수요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컬러 톤 통일: 화이트+우드, 베이지+스톤 등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감
- 친환경 마감재: 접착제 없는 친환경 원목 마루, 친환경 벽지, 무기질 도장 마감재
- 조명 계획: 간접조명 + 주광색 LED 혼합 사용 → 밤에도 따뜻한 분위기 연출
- 소형 식물, 미니 가든, 벽걸이 화분 등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요소 적극 활용
✅ 감성 공간 팁
- 향기, 소리, 빛을 조화롭게 설계해 오감에 집중하는 공간 만들기
- ‘나만의 카페 같은 공간’, ‘홈캠핑이 가능한 거실’ 등의 사용자 맞춤형 콘셉트 디자인 적용
✅ 사례
- 일본 오사카의 1인 전용 임대주택: 모든 유닛에 원목 바닥 + 간접등 설계, 방마다 식물과 향기 아이템 제공
- 서울시 청년 공유주택: 공용 공간은 아이보리톤 + 원목 가구 + 자연광으로 감성적 분위기 구현
4. 실제 사례와 정책 흐름
4-1. 국내외 설계 사례
- 일본 도쿄 ‘9㎡ 하우스’: 화장실, 샤워실, 주방, 수납을 효율적으로 통합하고 수직 공간 활용을 극대화한 설계
- 서울 마포구 ‘협소주택 프로젝트’: 1~2인 가구를 위한 수직형 단독주택. 복층 구조와 외부 테라스 설계로 체감면적 향상
- 네덜란드 ‘스튜던트 큐브’: 재활용 컨테이너로 구성된 청년 전용 주택. 완전 모듈화된 설계와 100% 전기 기반 친환경 시스템 적용
4-2. 정부 정책 흐름
-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 공유주택 확대 추진
- 국토부: 소형 공동주택 공급 확대 + 모듈러 주택 시범사업 진행 중
- 에너지 기준 강화: 소형 주택에도 단열 기준, 에너지효율등급 의무화
5. 작지만 나다운 집, 그것이 새로운 건축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주택 설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좁은 공간이더라도 충분히 쾌적하고, 아름다우며, 기능적인 집을 짓는 것이 이 시대의 건축가에게 주어진 숙제입니다.소형 주택은 면적이 적다는 이유로 결코 ‘질 낮은 주거’가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과 공간, 삶의 방식이 밀도 있게 연결된 고품질 주거 형태입니다.
앞으로의 건축은 더 이상 ‘크기’가 아니라 얼마나 ‘좋은 공간’을 담고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혼자 살아도, 온전히 나를 위한 공간.
그것이 바로 1인 가구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주택 설계입니다.'건축'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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