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올로롸이푸 님의 블로그

건축에 관련된 모든 지식을 나누기 위한 블로그입니다

  • 2025. 5. 22.

    by. 요올로롸이푸

    목차

      건축

      서론 – “사람이 정말 이 안에서 살 수 있을까?”

      도시는 계속 팽창하고 땅은 점점 줄어든다. 특히 대도시의 인구밀도는 점점 높아지고, 부동산 가격은 하늘을 찌르며, 좁은 공간에서 ‘사는 법’을 고민하는 건축가들의 도전은 점점 더 흥미로운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30평, 20평도 사치다. 단 10㎡, 아니 그보다도 더 작은 공간에서도 사람은 살 수 있고, 오히려 효율적이고 기능적인 삶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실험과 사례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좁은 집으로 알려진 대표 사례들을 중심으로, 그 안에 숨겨진 건축 전략과 디자인 철학, 그리고 그 집이 던지는 도시 공간의 미래에 대해 살펴본다.


      1. 폴란드 바르샤바 – 케레트 하우스 (Keret House)

      1-1. 단 92cm, 세계에서 가장 좁은 집

      건축가 야쿱 셰즈니가 설계한 케레트 하우스는 최소 폭 92cm, 최대 폭 152cm의 공간에 지어진 일인 거주용 주택이다. 두 건물 사이의 틈새 공간에 맞춰 세워졌으며, 내부는 주방, 침실, 화장실, 서재까지 완비되어 있다.

      1-2. 건축 전략과 의의

      • 세로 확장: 수평 확장이 불가능한 공간에서 수직 확장을 극대화해 침대와 책상이 위아래로 분리됨.
      • 맞춤형 가구: 대부분의 가구가 벽에 내장되어 있어 여유 공간 확보에 성공.
      • 투명성 확보: 채광과 시각적 확장을 위해 백색 인테리어와 투명 창문을 사용.
        이 집은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도시의 사각지대를 활용한 실용적 거주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틈새 건축(Narrow Architecture)'의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2. 일본 도쿄 – 집 한 채보다 작은 땅, 초소형 주택 건축의 성지

      2-1. 토지 면적 30㎡ 이하, ‘건축가의 놀이터’

      일본은 전 세계에서 초소형 주택 문화가 가장 발달한 국가 중 하나다. 특히 도쿄, 오사카 같은 대도시에서는 2030㎡ 남짓한 땅에 23층 구조의 주택을 짓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표적 사례로는 “1.8M House”, “Lucky Drops House”, “House NA” 등이 있다.

      2-2. 건축 전략

      • 공간 구획의 해체: 벽과 문을 최소화해 ‘방’이라는 개념을 없애고 시각적 개방감 극대화.
      • 가구가 아닌 구조로 기능 분리: 바닥 높낮이, 기둥, 천장 차이를 활용해 공간의 기능을 암시함.
      • 채광 우선 구조: 천창, 코너 창, 슬릿 창 등을 적극 활용하여 폐쇄감을 해소.
        일본 초소형 주택들은 공간 활용의 정점일 뿐만 아니라, 미니멀리즘의 건축적 표현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 건축가들의 교과서로 통한다.

      3. 홍콩 – 모듈러 박스 주택과 관처럼 생긴 집들

      3-1. 가난이 만든 공간 최적화

      홍콩의 극심한 주거난은 ‘관’처럼 생긴 주택을 만들어냈다. ‘관(棺) 하우스’, ‘캡슐 룸’, ‘분할 아파트’ 등은 실제 거주 공간이 3~5㎡ 이하인 공간도 있으며, 사회문제화되기도 했다.

      3-2. 건축적 대응 – 모듈러 유닛 시스템

      이에 대응하기 위해 **건축가 제임스 로가 제안한 모듈러 하우징(OPA - OPod Tube Housing)**은 지름 2.5m의 폐 콘크리트 파이프를 주거 유닛으로 전환한 구조다.

      • 이동성과 확장성: 필요에 따라 적층 및 이동이 가능하며, 빈 공터에 빠르게 설치 가능.
      • 비용 절감형 주거: 초기 비용이 저렴하고, 조립식이라 시공이 간편하다.
        이는 공공주택의 대안이자 사회적 약자를 위한 초소형 도시주거 실험으로 주목받고 있다.

      4. 뉴욕, 런던, 서울 – 틈새 부지와 마이크로 하우징

      4-1. 서구 도시들의 마이크로 하우스 열풍

      고밀도 도시의 주거 해법으로서 마이크로 하우징은 이미 뉴욕, 런던, 서울 등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 뉴욕의 ‘My Micro NY’ 프로젝트는 25㎡ 이하의 모듈러 유닛을 청년 주거용으로 공급.
      • 런던의 'SHED Project'는 자투리 땅에 목조 캡슐 하우스를 설치해 창작자를 위한 주거를 실험 중.
      • 서울은 청년창업자, 대학생을 위한 셰어형 마이크로 하우스 공급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4-2. 공통된 건축 전략

      • 공간의 기능 겹치기: 거실이 침실이자 식당이 되도록 설계.
      • 수납 일체형 벽체: 수납장을 벽체 내부에 통합.
      • 공용공간 확장: 개인 공간 최소화 대신, 공용주방, 라운지, 커뮤니티 공간 확대.
        이는 소형화가 곧 비효율이라는 편견을 깨는 도시 주거 혁신의 흐름이다.

      5. 스웨덴 – 스마트 미니 하우스 ‘Smart Student Unit’

      5-1. 10㎡ 공간에서 완전한 독립 생활

      스웨덴 룬드 대학교 인근에서 실험적으로 개발된 Smart Student Unit은 단 10㎡의 공간에 주방, 욕실, 책상, 침대, 수납을 통합한 초소형 단위 주택이다. 특히 기숙사 대기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비용+고효율을 동시에 만족하도록 설계되었다.

      5-2. 건축 전략

      • 다기능 가구 시스템: 침대-책상 전환, 벽 수납, 접이식 의자 등 복합적 활용.
      • 재생에너지 적용: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과 고효율 단열재로 제로에너지 주택 목표 달성.
        이 주택은 단순한 비상용 임시 공간이 아닌, 지속가능한 청년 주거모델로서 유럽 전역의 유니버설 디자인 트렌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6. 대한민국 – 서울 강남 ‘틈새 하우징 프로젝트’

      6-1. 도심 자투리 땅에 숨은 기발한 해법

      서울시가 도입한 ‘틈새 하우징’은 강남, 마포, 종로 등 초고가 지역 내 건축이 어려운 자투리 부지를 활용해 초소형 주택을 공급하는 공공임대 모델이다. 12인 가구를 위한 1318㎡ 규모의 주택이지만, 셰어하우스형, 독립형, 복층형 등 다양한 타입으로 구성되어 있다.

      6-2. 건축 전략

      • 지형 최적화 맞춤 설계: 삼각형, 사다리꼴 부지에 따라 비정형 설계 적용.
      • 공공성과 커뮤니티 강조: 1층에는 공유주방, 빨래방, 택배보관함 등 공용시설을 배치해 거주자 간의 사회적 연결도 설계에 반영.
        서울형 틈새주택은 고밀도 도시에서 건축의 사회적 역할과 공간의 다양성을 실현하는 도시 주거 실험의 대표 사례이다.

      결론 – “좁은 공간이 만든 넓은 상상력”

      좁다는 것은 불편함이 아니라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는 메시지일 수 있다. 케레트 하우스는 틈을 기회로 바꾸었고, 일본의 협소주택은 기능을 넘는 철학이 되었으며, 홍콩의 캡슐은 사회를 되돌아보게 했다.
      좁은 공간은 단순한 경제적 선택을 넘어서, 환경적 지속가능성, 사회적 다양성, 건축의 창의성을 실험하는 장이 되고 있다.

      건축은 넓은 땅이 아니라, 좁은 틈에서도 해답을 찾는 기술과 철학의 결정체라는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집에서 가장 넓은 가능성을 설계하고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