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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론 – “쓸모없는 공간이 기회의 땅이 되다”
고밀도 도시에서 ‘땅 위의 여유’는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위로 올려다보면 수많은 가능성이 숨어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옥상(Rooftop)**이다.
과거에는 에어컨 실외기나 물탱크, 창고 공간 정도로 쓰였던 옥상이, 최근에는 공공공간, 카페, 정원, 주거 공간, 농장, 놀이터, 심지어 도서관까지로 재탄생하고 있다.
이러한 ‘도시 위의 도시’ 개념은 단순한 공간 재활용을 넘어, 환경·경제·사회적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도시 재편의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글에서는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진행 중인 옥상 공간의 혁신적 재설계 사례들과, 이를 가능하게 한 건축적 전략과 도시계획 트렌드를 소개한다.
1. 파리 – 옥상 농장 프로젝트: 도시 위의 녹색 혁명
1-1. 세계 최대 옥상 농장 ‘Nature Urbaine’
파리의 포르트 드 베르사유(Porte de Versailles) 전시회장 지붕 위에는 1,400㎡ 규모의 대형 도시농장이 설치되어 있다. 이곳은 ‘도시 안에서 식량을 자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한 사례로,
- 수경재배 기술과 자동화 물순환 시스템을 활용하여 30여 종의 채소와 과일을 연중 생산하고 있다.
- 이 농장은 지역 주민과 레스토랑, 학교에 직접 농산물을 공급하며, 지역 순환경제 구축에도 기여하고 있다.
1-2. 건축적 시사점
- 건축물 상부 구조의 적재하중 보강, 햇빛 방향 고려한 경사 설계, 도시 열섬 현상 완화 효과 등 복합적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 파리는 2030년까지 주요 공공건물 옥상 30% 이상 녹지화 목표를 갖고 있으며, 이는 도시기후 대응 전략과 건축 트렌드가 결합된 대표 모델이다.
2. 뉴욕 – 하이라인과 허드슨 야드: 옥상형 도시개발의 정점
2-1. ‘하이라인’에서 시작된 도시 위의 인프라
뉴욕의 ‘하이라인(High Line)’은 폐쇄된 고가 철도를 도시 공원으로 탈바꿈시킨 옥상형 공공공간이다.
- 기존 철도 트랙을 그대로 살려 선형 공원으로 재구성하였고, 이 일대는 ‘하이라인 효과’라 불릴 만큼 부동산 가치가 급등하고 다양한 문화 시설이 입점하였다.
2-2. 허드슨 야드(Hudson Yards)의 옥상 복합화
하이라인과 연계된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는 지상 위 철도차량기지를 덮고 그 위에 도시를 짓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 초고층 오피스, 주상복합, 공원, 미술관, 쇼핑몰이 하나의 ‘옥상 지대’에 구현되며, 도시의 입체적 활용이 실현되고 있다.
- 이는 단순한 옥상 활용을 넘어, 도시 공간을 ‘수직적으로 확장’하는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3. 서울 – ‘루프탑 도시재생’과 건축적 창의성
3-1. 옥상도 공유하는 시대
서울의 을지로, 종로, 연남동 등에서는 최근 루프탑 상업시설과 문화 공간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 예: ‘언더스탠드 에비뉴’ 옥상 캠핑장, 청년창업지원센터 옥상 테라스, 종로 루프탑 도서관 등
- 2022년 서울시는 ‘옥상 공유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 누구나 예약해 사용할 수 있는 공공 옥상 공간 100곳 이상 확보했다.
3-2. 제도적 변화도 뒷받침
- 건축법 개정으로 옥상 조경, 정원, 시설물 설치 기준이 완화되면서 설계의 자유도가 높아졌다.
- ‘옥상 조경면적 인센티브제’를 통해 옥상 녹화 시 용적률 보상도 가능해졌고, 이는 지속가능한 도시계획과 녹색 건축의 융합 사례로 주목받는다.
4. 동남아시아 – 옥상 주거와 대피소의 결합
4-1. 하노이, 마닐라의 옥상 활용 방식
기후 재난에 노출된 동남아 도시들에서는 옥상을 단순한 여가공간이 아니라, 재해 대응을 위한 ‘도시 방어선’으로 재설계하고 있다.
- 예: 마닐라 빈민가에서는 옥상 위에 폭우 시 대피 가능한 피난 쉘터가 설치되며, 저층 건물은 위층을 공동주거 공간으로 활용.
- 하노이 등은 폭염과 열섬 완화를 위해 옥상 녹화 + 태양광 패널 병행 설치가 확대되고 있다.
4-2. 기술과 적응의 결합
- 콘크리트 옥상을 친환경 재료로 덮고, 식물 생장 기반 토양과 빗물 배수 시스템을 적용.
- 좁은 땅에 위로 확장하면서 저비용 고효율 주거 해법을 찾는 지역별 적응형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5. 옥상 녹화와 도시 열섬 현상 완화의 상관관계
5-1. 도시 열섬 현상이란?
도시 열섬 현상(Urban Heat Island)은 도심이 주변 외곽보다 온도가 현저히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콘크리트, 아스팔트 등의 인공 피복이 태양열을 흡수하고 축적하며, 식생이 부족해 증발산 작용이 감소되기 때문이다. 도시 열섬은 단지 여름철 불쾌지수 상승에 그치지 않고, 에너지 소비 증가, 대기 오염 심화, 건강 피해 등 다양한 문제를 유발한다.
5-2. 옥상 녹화의 효과
옥상은 건물에서 가장 넓은 노출면 중 하나이며, 고온화에 직접 영향을 받는 부위다. 이 지점에 녹지를 도입하면 아래와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 표면 온도 저감: 식물이 햇빛을 반사하고, 증산작용을 통해 주변 온도를 최대 3~5℃ 낮출 수 있음.
- 건물 단열 효과: 여름철 냉방 부하를 줄이고, 겨울철 보온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음.
- 미세먼지 저감 및 대기 정화: 식물의 잎과 뿌리 구조가 공기 중 오염물질을 포집·흡수함.
- 홍수 완화 기능: 식생층과 토양이 빗물을 일시 저장하고 서서히 배출해 도시 배수 부담을 낮춤.
5-3. 실제 사례와 데이터
- 도쿄 도청: 옥상 녹화 후 여름철 옥상부 온도가 약 15℃ 하강. 건물 전체 에너지 사용량 7% 감소.
- 서울시청사: 옥상정원 도입 후, 1년 평균 냉방 에너지 5.4% 절감, 겨울철 난방 비용도 2.1% 감소.
- 미국 시카고 시청: 도심 내 가장 높은 기온 지역에 위치했으나, 옥상녹화 이후 일평균 기온이 3.3℃ 낮아졌으며, 도시 열섬 완화의 대표 사례로 인용됨.
5-4. 정책과 확산 방향
세계 여러 도시는 옥상 녹화를 열섬 완화 대책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 독일 함부르크: 신규 건축물 중 20% 이상을 녹화 의무화.
- 서울시: ‘옥상 녹화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민간건물에도 지원금 지급.
- 싱가포르: ‘Sky Rise Greenery’ 정책을 통해 옥상·벽면·베란다까지 통합 녹화 관리.
이처럼 옥상 녹화는 단순한 미관 개선이 아닌, 도시 환경과 기후 리질리언스를 높이는 핵심 전략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론 – “도시는 수평이 아니라 입체로 진화한다”
지금까지 옥상은 건물의 ‘끝’이었다. 그러나 이제 옥상은 **도시의 ‘새로운 시작점’**이 되고 있다. 도시 위의 도시, 옥상 공간 재설계는 단순한 여유 공간 활용을 넘어, 생태, 문화, 경제, 복지, 재난 대응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도시 구조의 실험장이 되고 있다.
앞으로의 건축은 지면 위에서만 싸우지 않는다. 하늘과도 협상하는 시대, 옥상은 더 이상 숨겨진 공간이 아니라, 도시의 미래를 여는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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