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올로롸이푸 님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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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5. 24.

    by. 요올로롸이푸

    목차

      건축

      서론 – “도시를 설계하는 것은 이제 인간만의 일이 아니다”

      도시계획은 오랫동안 인간 중심의 직관, 경험, 정책 판단에 의존해왔다. 도시의 성장과 변화는 과거에는 설계자의 예측과 감각에 기반해 이뤄졌지만, 오늘날의 도시가 직면한 문제는 기후 위기, 인구 이동, 인프라 노후화, 교통체증, 소셜 불균형, 탄소 감축 목표 등 수많은 데이터와 복합 요소가 얽혀 있다.

      이러한 초복잡성 시대에 단순한 직관이나 선례만으로 도시를 계획하는 것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이 복잡성을 해결할 하나의 해답으로 AI 도시계획가가 등장하고 있으며, 그 역할은 ‘도움을 주는 기술’의 수준을 넘어, **도시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공동 설계자(co-designer)**로 확장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AI 기반 도시계획 도구의 현재 활용 방식, 인간 건축가와의 협업 구조, 그리고 이 조합이 만들어낼 미래 도시의 모습과 제도적 변화 가능성까지 살펴본다.


      1. AI 도시계획가란 무엇인가?

      AI 도시계획가는 도시 관련 빅데이터를 학습해 계획안 생성, 시뮬레이션, 영향 예측, 시나리오 분석까지 수행하는 고도화된 인공지능 시스템이다. 이 AI는 단지 알고리즘으로 자동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수천 개의 조건을 고려해 도시 공간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정책 결정의 범위를 넓히는 도구로 작용한다.

      주요 기능

      • 교통 시뮬레이션 최적화: 자율주행차의 흐름, 지하철 승하차 분포, 보행자 이동 패턴 등을 분석해 혼잡 최소화 및 접근성 개선 설계
      • 토지이용 분석: 인구통계, 세대 유형, 상업 수요, 법적 제한 등을 바탕으로 토지 재배치나 용도 전환 가능성 제시
      • 환경 분석: 도시 열섬, 미세먼지 흐름, 일조 분석, 바람길 등을 통합해 쾌적성과 에너지 효율이 높은 계획안 도출
      • 사회적 시나리오 예측: 특정 개발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 임대료 상승, 이동 인구 변화 등을 예측해 사회정책 연계형 도시계획 가능

      대표 플랫폼으로는 Autodesk의 Spacemaker(노르웨이), Alphabet 산하 Sidewalk Labs의 Delve(미국), MIT Media Lab의 CityScope(미국) 등이 있으며, 이들은 데이터 기반 설계 제안과 다중 시나리오 평가를 실시간으로 수행해 설계자에게 통찰력 있는 선택지를 제공한다.


      2. 인간 건축가와 AI의 협업 방식

      AI와 건축가의 협업은 인간이 지시하고 AI가 도와주는 수직 관계가 아니라, 각자의 강점을 살리는 수평적 공동 작업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건축가는 도시를 구성하는 감성, 상징성, 공공성과 같은 비계량적 요소를 통합하고, AI는 수천 개의 계량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화된 조건을 도출한다.

      2-1. 설계 시나리오의 분업화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능한 도시’를 설계한다면, 인간 건축가는 그중 ‘의미 있는 도시’를 선택하고 해석한다.

      • 예: AI가 시뮬레이션을 통해 500개의 토지이용 안을 제시하면, 건축가는 지역 문화, 역사, 공동체 감정을 고려해 3~5개 안을 선별하고 조율한다.
      • 이후 AI는 선택된 안을 바탕으로 교통, 일조, 환경영향을 다시 계산해 수정안을 제안하는 **협력적 루프(loop)**가 지속된다.

      2-2. 감성 설계와 가치 판단의 역할 분담

      AI는 빠르고 정확하지만 ‘어떤 공간이 사람에게 정서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가’는 판단하지 못한다.

      • 공원의 벤치 배치, 시장 입구의 폭, 골목의 분위기 등은 수치화할 수 없는 영역이며,
      • 인간 건축가는 이러한 ‘도시의 감정선’을 조율하는 해석자이자 연출자로서 존재한다.

      2-3. 도시설계 조직의 변화

      건축 설계 조직은 점차 전통적인 건축가 중심 체계에서 벗어나, AI 엔지니어, GIS 분석가, 시뮬레이션 디자이너, 도시 인류학자와 함께 일하는 다학제 기반의 설계 전략팀으로 변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도시재생 프로젝트 하나를 수행할 때, AI가 과거 10년간 인구 이동 패턴을 시뮬레이션하고, GIS 분석가가 이 데이터를 시각화하며, 건축가는 그 위에 의미 있는 건축적 해석과 제안을 더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디자인–정책이 하나의 프로세스로 통합된다.


      3. AI 기반 도시가 만들어낼 변화들

      AI와 건축가의 협업으로 탄생한 미래 도시는 단지 ‘스마트’한 공간을 넘어, 더 포용적이고, 유연하며, 참여적인 도시로 진화할 가능성을 지닌다.

      3-1. 더 공정하고 투명한 도시계획

      기존 도시계획은 전문가의 판단과 관행에 의존해 시민들이 ‘왜 이런 결정이 내려졌는가’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AI는 수치화된 기준, 가시적인 시뮬레이션 결과, 실시간 비교 지표를 제공함으로써,

      • 정책 결정 과정이 투명해지고
      • 이해관계자 간 대화가 명확해지며
      • 갈등 조정이 데이터 기반으로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이 도로를 없애면 차량 통행량이 몇 퍼센트 줄어드는가?”, “이 공원 조성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등에 대해 정량적 시뮬레이션이 논거가 되어 보다 설득력 있는 계획이 가능해진다.

      3-2. 시뮬레이션 기반 피드백 도시계획

      AI는 계획안을 고정된 도면으로 보지 않고, 시나리오 기반의 반복 가능한 구조로 해석한다.

      • 기후 변화에 따라 일조량이 바뀌면, AI는 자동으로 외부공간 배치를 재구성
      • 특정 정책으로 인한 이주가 발생하면, 상권 중심지가 재편되는 구조를 제안
      • 시민 참여 플랫폼에서 입력된 선호도를 반영해 재구성된 안을 출력하는 등

      AI 도시계획가는 하나의 정답이 아닌, 변화에 적응 가능한 유연한 도시계획 생태계를 지향하게 된다.

      3-3. 미래 도시에서의 시민 참여 확대

      AI 기반 도시계획 플랫폼은 전문가만의 도구가 아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형 설계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 시민은 터치스크린이나 웹 플랫폼을 통해 의견을 입력하고,
      • 그 결과가 도시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시간 시뮬레이션 화면으로 확인 가능

      이러한 구조는 기존의 ‘설계자 vs 시민’ 구도를 넘어서, 디자인의 민주화와 도시계획의 참여적 전환을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결론 – “AI와 인간이 함께 설계하는 도시의 미래”

      AI는 더 빠르고 정확하게 계산하지만, 감정과 윤리는 인간만이 고려할 수 있다. AI는 도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인간은 그 도시가 가져야 할 의미를 정의한다. 미래의 도시 설계는 알고리즘과 철학, 데이터와 감성, 자동화와 윤리가 만나는 지점에서 완성될 것이다.

      AI 도시계획가는 건축가를 대체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나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동료이자 전략적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의 도시 설계자는 ‘기술을 다룰 줄 아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기술과 함께 사고하는 디자이너’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