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올로롸이푸 님의 블로그

건축에 관련된 모든 지식을 나누기 위한 블로그입니다

  • 2025. 5. 23.

    by. 요올로롸이푸

    목차

      건축

      서론 – “건축가 없이 건물이 설계되는 시대가 올까?”

      디자인은 인간의 고유한 창작 영역이라 여겨졌지만, 이제는 AI가 ‘디자이너’ 역할을 수행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Generative AI)**의 등장은 건축 설계 프로세스에 커다란 패러다임 전환을 불러오고 있다. 텍스트 한 줄로 외관 이미지를 만들고, 수십 개 대안을 자동으로 비교해주는 도구들이 실무와 교육 현장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생성형 AI가 현재 어떻게 건축 디자인에 활용되고 있으며, 앞으로의 미래에는 어떤 방식으로 건축 생태계를 재편할 수 있을지를 고찰한다.


      1. 생성형 AI란 무엇인가 – 건축 설계에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나?

      생성형 AI는 주어진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결과물(텍스트, 이미지, 음악, 코드 등)을 생성하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건축 분야에서는 주로 다음과 같은 영역에서 사용된다:

      • 텍스트 기반 이미지 생성: Midjourney, DALL·E 등을 통해 건축 외관, 실내, 분위기 등 시각화 가능
      • 자동 도면 생성: Spacemaker, Maket 같은 도구는 용도, 규제 조건 등을 입력하면 평면 계획안을 자동 제시
      • 디자인 대안 생성 및 최적화: 다양한 변수(채광, 환기, 뷰 등)를 기반으로 수천 가지 설계안을 제시한 후 우선순위를 도출함

      이러한 시스템은 단순히 그래픽 도구가 아니라, 기획-컨셉-시각화-도면화의 전 과정을 다룰 수 있는 통합 설계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다.


      2. 실제 사례 – 생성형 AI로 설계된 건축물들

      2-1. The AI Pavilion (2023, Midjourney+Rhino+Grasshopper)

      2023년 두바이 디자인 위크에서는 Midjourney로 생성한 입면 이미지를 기반으로 구조 엔지니어와 협업해 실제 설치형 파빌리온이 구현되었다.

      • 이미지에서 출발한 추상 형상을 Rhino와 Grasshopper로 변환
      • 구조 해석을 거쳐 목재 프레임으로 제작
      • 건축의 '상상 → 모델 → 실현' 흐름을 생성형 AI가 주도한 대표 사례

      이 프로젝트는 AI가 제안한 추상적 형태가 실제 시공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증명했고, 설계자와 엔지니어가 AI를 해석하고 구체화하는 협업 방식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디자인은 전통적인 선형 과정이 아닌, AI와의 반복 피드백을 기반으로 한 공동 창작 과정으로 전개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2-2. Maket – 건축 스타트업의 AI 설계 자동화 사례

      미국 스타트업 Maket은 건축가 없이 단지 위치와 용도만 입력하면 도면이 자동 생성되도록 만든 플랫폼을 개발했다.

      • 건폐율, 일조권, 접근성 등 조건에 맞는 수십 개 도면을 즉시 제안
      • 디자이너는 이를 수정·선택하는 방식으로 설계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됨
      • 주거 및 저밀도 도시 계획에서 빠르게 채택되고 있음

      특히 Maket은 건축가가 모든 아이디어를 수작업으로 도출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수십 개 설계안을 AI가 미리 제시하고 그중 최적안을 고르는 구조로 변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디자이너는 창작자가 아니라 큐레이터와 기획자 역할에 가까워졌으며, 일반인도 일정 수준의 설계 작업을 할 수 있는 문턱 낮은 플랫폼으로 인식되고 있다.

      2-3. BIG, ZHA 등 세계적 설계사무소의 채택

      • BIG는 내부 연구팀을 통해 AI 기반 입면 패턴 실험을 반복하고 있으며,
      •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ZHA)는 생성형 AI를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보완 도구로 활용해 더 창의적인 곡면 구조를 빠르게 제안하고 있다.

      이외에도 MVRDV, UNStudio 등 글로벌 설계사무소들은 Midjourney, DALL·E, Stable Diffusion 등의 AI를 활용해 비주얼 브레인스토밍, 시각적 아카이빙, 디자인 전략 비교에 활용하고 있으며, 일부는 이를 전담하는 AI 디자인 랩을 운영 중이다. 이제 AI는 대안 중 하나가 아니라, 설계 프로세스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3. 생성형 AI와 건축가의 역할 변화

      3-1. 반복 설계 업무의 축소

      기존에는 수동적으로 반복하던 대안 생성, 면적 계산, 용적률 분석 같은 작업이 AI에 의해 자동화되면서 건축가의 업무는 '선택과 판단'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는 ‘다이어그램 설계’나 ‘용적률 분석 모델링’과 같은 반복 업무가 AI 알고리즘에 의해 처리되며, 설계자는 의사결정자 및 맥락 해석자로 중심 역할을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설계에 투자되는 시간의 밀도가 더욱 깊어지고, 전략적 사고가 강조되는 설계문화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3-2. 기획자이자 편집자로서의 건축가

      AI가 무한히 많은 시안을 제안할 수 있기 때문에, 건축가는 이제 '무엇을 만들까'보다 '무엇을 선택하고 왜 그런 선택을 하는가'에 집중하게 된다.

      • 디자인의 맥락성, 윤리성, 사회적 의미에 대한 감수성과 해석력이 더욱 요구된다.
      • 건축가는 설계가 놓이는 지역의 문화적 맥락, 사용자 감정, 사회적 수용성을 고려한 큐레이션과 방향 설정을 담당하게 되며, 이는 오히려 인간 고유의 창의성과 감성 역량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3-3. 협업 생태계의 변화

      설계 사무소는 점차 프롬프트 디자이너, AI 모델러, 데이터 해석가 등 새로운 직군과 협업하게 되며, 전통적 건축조직은 다학제적 크리에이티브 조직으로 변화 중이다.

      이러한 변화는 AI 기술의 진화뿐만 아니라, 건축 설계가 점점 더 복잡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 중심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앞으로의 건축가는 단순히 드로잉을 넘어서, 데이터 해석, 기술 연계, 사회적 메시지를 통합하는 기획자형 전문가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론 – AI가 만든 건축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AI는 건축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확장'한다. 생성형 AI는 창의적 발상에 날개를 달고, 반복 업무를 줄이며, 더 많은 변수 속에서 최선의 선택지를 돕는 설계 동반자가 되고 있다. 하지만 AI는 아직 인간이 가진 ‘공간의 맥락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감각’을 가질 수 없다. 진짜 건축은 기술이 아니라 해석과 감정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AI가 만든 건축은 '가능한 건물'을 보여주고, 인간 건축가는 '필요한 건물'을 결정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앞으로의 건축가는 알고리즘과 함께 설계하는 디자이너이자, 기술과 사회의 접점을 조율하는 기획자로 진화해야 할 것이다.